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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천황산, 재약산 산행 (2024.10.24.)
드디어 천황산, 재약산 등반에 성공했다. 올 2월에 뜻밖의 케이블카 안전점검 이슈로 입구에서 허망하게 돌아왔던 적이 있다. 벼르고 벼르다 8개월만에 성공해서 굉장히 뿌듯했던 산행.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붉은색으로 등산하고 푸른색을 따라 하산하는 코스로, 중간 지점 천황재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샘물상회 방면)을 따라 원점회귀하게 된다. 소요 시간은 총 5시간(12시-17시)이 걸렸다. 휴식 시간과 길을 잃은 시간 포함된 시간이고, 일부러 느릿느릿 걸었기 때문에 보통 체력의 소유자라면 산행 시간은 1시간 정도 단축할 수 있다.막상 도착해보니 줄줄이 차들이 노상주차를 하느라 호박소 방면으로 끝도 없이 이어져있었다. 아니 평일인데 등산객들이 이렇게나 몰린다고? 근데 그럴 수밖에,,, 주차장이 너무 좁다. 그래..
2024.11.08 -
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다.
생리 전후로 늘 컨디션 난조가 따른다. 무거워지는 몸보다 가라앉는 기분이 큰일이다. 우연히 생리 주기 애플리케이션을 알게 돼 생리 시작일과 종료일, 그날의 컨디션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의견 충돌이 유독 잦거나 우울해져 울음이 터지는 날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재미있는 맞물림을 발견했다. 생리가 얼마 남지 않은 때마다 좌절하고 갑작스러운 화를 주체 못하거나 상처를 주고받는 내가 보였다. PMS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데이터를 보고 있자니 충격이 크면서도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생리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우울과 슬픔은 사라지니까. 다스리면 된다.몸과 정신의 대격돌 시기를 자각한 뒤로 최대한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줄이고, 즐겁고 재미있는..
2024.05.07 -
스노클링을 했다.
다음날 일정은 스노클링이어서 월마트에 들렀다. 수영을 배운 적 없지만 왠지 스노클링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장을 다 보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근처 해변을 걸었다. 근데 가만, 영수증에 찍힌 스노클링 세트의 수량이 2개다. 다시 월마트로 갔다. 영수증을 보여주며 사정을 설명하자 매니저는 시시티브이를 돌렸다. 깜박이는 화면 속에 계산대 앞 내 모습이 내려다보였다. 확인을 마친 매니저는 차액을 돌려줬다. 그 돈으로 다시 아이스크림을 샀다. 하나우마 베이에 입장해서 삼십 분 정도의 교육을 받으니 손등에 바다거북 도장이 찍혔다. 귀여운 입장권. 그늘진 곳에 비치타월을 대충 깔아두고 바다로 들어갔다. 요령을 몰라 수경에는 금방 습기가 찼고, 여러 번 물 위로 올라와 재정비를해야 했다. 그런데도 손가락으로 책장을..
2024.05.04 -
집순이에게 알라딘 중고서점은 최고다.
올해 목표는 이사. 매물은 몇 년 전부터 알아보는 중이다. 입지가 좋은 곳이라 하락장에도 가격은 2021년 수준. 오를 땐 확 오르더니 떨어질 땐 더디구나. 생각난 김에 오늘은 짐도 정리할 겸 책장을 엎었다. 어쩐지 책은 눈 같아서 조용히 차곡차곡 쌓여간다. 주기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책을 버릴 때는 알라딘 어플을 이용한다. 직접 중고서점에 가져다 팔아도 되지만 편한 게 최고다. (예전엔 그냥 폐지처럼 집 앞에 갖다 버렸다.) 노랗게 표시한 저 탭만 누르면 그 이후론 알아서 착착. 얼마나 간편하냐면, 1. 카메라로 책의 바코드를 찍는다. 2. 매입가능 여부를 판단해 준다. 3. 출판 시기나 가치에 따라 가격을 측정해 준다. 4. 박스에 넣어 문 앞에 두면 택배사에서 가지러 온다. 5. 상품 상태를 ..
2024.02.18 -
우포늪 생명길 트레킹 (2024.02.13.)
https://www.cng.go.kr/tour/upo.web 사실 전날 밤에 검색한 건 천황산-재약산 코스였다. 느긋하게 다녀올 생각으로 하루를 넉넉히 잡았다.얼음골케이블카 주차장에 도착하니 못들어오게 막아두었다. 임시 휴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전점검기간 2/13 ~ 2/16 (하아..)순간 너무 당황해서 아무 생각이 안났다. 어떡해? 뭘 어떡해 다른 곳을 가야지..이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가 너무 웃기고 귀엽고 하찮고 어처구니가 없다.혼자라서 누군가에게 피해끼치지도 않았고 뭐 괜찮다. 근처 호박소 들러서 일단 걸으며 허망함을 가라앉혔다. 계곡이 너무 예뻐서 감탄을 연발하며 걸었다.여름에 다시 와야지. 그러다 떠오른 게 우포늪 트레킹. 밀양에서 다시 창녕으로 넘어와 트레킹 시작!이날은 우포늪생명..
2024.02.15 -
휴직을 신청했다.
_ 15년 동안 달려왔더니 어딘가 고장 났나 보다.하루는 출근하려는데 숨이 가쁘고 식은땀이 났다. 소리치던 사람과 옆에서 거들던 사람과 가만히 살피던 사람들이 있다. 일하기 시작한 뒤로 전화가 오면 심장이 툭 떨어진다.몰아세우는 듯한 전화는 몇 번이고 울린 후 꺼진다. "요즘 몸이 많이 안 좋으셔, 그러니까 웬만하면 잘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텅 빈 눈으로 바라봤다.나야말로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아픈 건 나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_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 살아왔지만, 어느 날 더러워졌다.부패한 집단에 속한 뒤로 단 하루도 떳떳하지 못했다. "기부입학도 있잖아. 그런 거 흠도 아니야." 그런가.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왔다. 그렇게 어울리지 못하고, 동화되지 못하고, 겉돌며 15년을 지냈다.어떻게 ..
202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