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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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다정이 모이면 세상을 구할 수 있다.
사람이 다정해지려고 마음먹는 건어떤 순간일까? 오늘도 다정한 사람을 만났다.오랜만에 교보문고에 들러 먼저 손을 씻으려 화장실로 향했다. 비누 디스펜서가 말을 듣지 않길래 손을 씻고 이제 막 나가려던 분께 물었다. 그분은 내 손목을 잡고 이 부분에 손을 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 위치의 문제였구나. 알려주신 대로 손을 갖다 대니 과연 부드럽게 거품이 나온다. 그분은 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거품이 나올 까지 지켜보고 가셨는데, 내가 감사하다고 인사도 했는데. 아니 그러니까, 이게 이렇게까지 친절한 일인가 싶은 거다. 웰링턴 항구에서 공항 셔틀버스 타는 곳까지 일부러 함께 가주신 할머니도 그렇다. 나는 처음에 돈을 요구하는 거지인 줄 알고 '나는 당신에게 줄 돈이 없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고, 할머니는 그..
2024.11.18 -
미피카페 거제 / 몽돌 에디션 / 석굴암 에디션 / 돌하르방 에디션 / 자갈치 에디션
노을이 질 때면바닷물에 빛이 예쁘게 부서지는 곳 미피카페경남 거제시 남부면 다대5길 41 (남부면 다대리 461)place.map.kakao.com 거제 바람의 언덕에서 바닷바람에 후드리챱챱 얻어 터진 후에도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심신의 안정을 위해 찾은 곳. 작년 여름 오픈을 예고했던 거제 미피카페. 조용하고 평화로운 작은 어촌마을에 다대포항이 건너다보이는 곳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다양한 미피 굿즈들이 펼쳐지는데 정말 눈이 돌아간다. 색감도 이쁘고 종류도 다양해서 계산을 마친 후 구경하기 딱 좋다. 인형, 파우치, 캐리어 에코백 등 각종 굿즈들 사이에서 귀엽기 바쁜 몽돌 에디션. 거제도에 유명한 몽돌 해변을 상징하는 굿즈인 듯하다. 꺅. 몽돌몽돌 몽글몽글. 미피랑 보리스, 뽀비 셋이서 쪼..
2024.11.17 -
가을 소풍 / 합천 여행 / 정양늪 생태공원 / 카페 스밀다
합천 정양늪 생태공원 요즘은 그냥 훌쩍훌쩍 떠난다. 이 날도 별다른 계획 없이 그냥 나섰다. 어디를 가느냐 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런 저런 근황을 나누다가 갑자기 합천갈까? 그래, 가자! 해서 정양늪 생태공원에 도착했다.개인적으로 늪을 매우 좋아한다. 늪에 가면 각자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는 생물들이 다양하다. 아침은 고요하고 저녁은 잠잠해서 그곳에 가면 내 모든 시름들이 같이 물 속에 잠길 것만 같다. 흙속에 덮어 두고 올 수 있을 것만 같다. 우포늪이 그렇고, 재약산이 그랬다. 힘들 때마다 가까운 우포늪을 찾고, 등산을 가서도 늪지를 찾는 것은 이제 일종의 의식같은 것이다. 우포늪 생명길 트레킹 (2024.02.13.)https://www.cng.go.kr/tour/upo.we..
2024.11.16 -
대구 간송미술관 개관전 <여세동보> 관람 후기 + 야간관람이벤트 안내
교과서에서 보던 국보와 보물들을 눈앞에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관람이었다. 마치 인왕산을 처음 보고 교과서에서 보던 인왕제색도가 떠올라 묘했던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야관람이벤트에 관한 내용은 가장 아래에서 볼 수 있다. 원체 느린 사람인데다 관람 인원도 많아서 거의 5시간이 넘도록 머무르며 찬찬히 관람했다. (야간관람이벤트에 대한 내용은 맨 아래에 있어요) 인터파크 티켓tickets.interpark.com 2층에서 매표를 마치면 정해진 시간대별로 아래 전시실로 들여보낸다. 신분증을 맡기면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으니,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각 작품에 대한 설명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꼭 대여해서 전시를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모든 전시실을 순서대로 관람할 필요..
2024.11.15 -
오늘책 / 김수영 전집 / 가을 풍경 / 차의 온도
오늘은 수능일이라 어디 나가지 않고 조신하게 집에서 홈카페를 열었다. 지난달 구입한 책과 차의 맛이 참 좋다. 수능 한파는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라떼는 새벽에 추워서 발이 얼고 그랬어... 그래도 공기는 꽤 차가워 얼른 물을 올려 차를 우렸다. 따뜻한 것이 좋아지는 계절, 마음껏 가까워도 괜찮은 계절이다. 잊어버리고 살다가도 둥둥 떠오르는 글귀가 있다. 그럴 때면 종이를 꺼내 새기듯이 필사한다. 김수영 시인의 이 그 중 하나인데 그의 시가 모두 궁금하던 차에 지난 달 서점에 들렀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다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입구에도 매장 안에도 이어져 있었다. 매대에서는 찾을 수가 없어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 내부 창고에서 꺼내다 주는 것을 받으니 꽤 묵직하다. 애타도록 마..
2024.11.14 -
헵타포드 때문에 또 본 영화, 컨택트(2016) 재개봉 / 드니 빌뇌브의 세계 / 메가박스 이벤트
컨택트가 재개봉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2016년 작품으로 테드 창의 소설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원작이다. 메가박스가 미국의 영화 제작사인 콜롬비아 픽처스의 100주년을 맞아 메가박스에서 관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는데(도대체 언제) 이 때 뽑힌 영화 중 하나가 바로 컨택트. 앞으로 순차적으로 몇몇 영화들을 재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설문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컨택트 뽑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복받으세요. 컨택트 – Daum 검색Daum 검색에서 컨택트에 대한 최신정보를 찾아보세요.search.daum.net 영화의 내용은 어찌보면 단순하다. 어느날 외계 생명체가 나타나자 그들과 협력할지 공격할지 인류는 갈등하고, 결국 협업을 통해 평화를 지켜내고... 하지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2024.11.13 -
감정에 솔직한 사람에게는 늘 속수무책이다.
2016년 여름, 세비야에서 말라가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기온은 섭씨 42도를 웃돌아 눈앞은 쨍하고 거리 곳곳에서 분사한 물이 오렌지 나무 위로 안개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햇살이 살을 찌를 듯 뜨거워도 그늘에 들어서면 금세 시원해지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한 사람이 바닥에 주저앉더니 울기 시작했다.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과 지나가던 사람들은 당황해서 웅성거렸다. 그야말로 엉엉 소리 내 우는 울음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성분이 그 사람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는 듯하더니 잘 달래서 택시를 태워 보냈다. 여기까지가 그날 눈앞에 일어난 일의 전부다. 그런데 그 일이 왜 그렇게 나를 흔들어 놓았을까. 시간이 이렇게나 흐른 지금까지도. 이마에 둘리어 있던 인디언..
2024.11.12 -
월악산 제비봉 산행 (2024.08.18.)
제비봉을 오르며 내려다 본 아름다운 충주호 풍경 먼저 감상하세요. 아름답죠 아름답잖아 그러니까 다들 제비봉 가세요. 나만 당할 수는 없어어앙아ㅏㅏㅏ악ㅋㅋ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8월, 겁도 없이 월악산을 올랐다. 주차는 지도 속 표시된 공원지킴터 맞은편 공터에. 경남에서 충북은 꽤 먼 곳이라 아침에 서둘러 나왔어도 도착하니 이미 한낮이어서 11시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제비봉 정상을 찍고 원점회귀하는 코스로 총 거리는 편도 2.3km, 소요 시간은 6시간(11시-17시)이 걸렸다. 체감상 난이도 중상. 체력이 쓰레기인 사람이 중간중간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점심도 먹은 시간 포함이며 정상 체력인 분들은 2~3시간만에도 다녀오신다고 한다. 말도 안돼... 늘 느끼는 거지만 세상엔 뭘 몰라야 할 수 있는 ..
2024.11.11 -
헤어졌다.
조승연 작가나 이동진 평론가, 다니엘 린데만과 같은 사람들 무리에 별안간 끼어있고 싶다. 그냥 취향이 그렇다. 염화미소처럼 서로 알아채 마음 깊이 공감하는 대화를 주고받고 싶다. 그들의 흘러넘치는 교양을 곁에서 조금이라도 나눠 갖고 싶다. 배우는 데 열심인 사람은 알게 된 것을 말하고 싶어 한다는 특징이 있으니까, 곁에서 짐짓 모르는 체하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무심하게 들어줘야지. 한날은 책이나 영화에 대해 다양한 각도의 감상을 두루 나누고도 싶다. 그들의 대화 속에 녹아들기 위해 막 허덕허덕여도 너무너무 행복하겠지. 내게 강같은 지적 허영, 달콤한 꿈. 얼마 전 헤어진 사람은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이었다. 미혼이라고 거짓말하더니 다음엔 이혼했다고 했고, 그 다음엔 아직 이혼 서류도 제출하지 않은 상..
2024.11.10 -
오늘책 /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문미순
살다 보면 힘들 때마다 기가 막히게 나타나 등을 밀어주는 것들이 있다. 주로 뜻밖이며 작은 것들이다. 구하고자 한다면 추운 공기 속 은은한 햇볕이나 따듯한 손, 사람들의 부서지는 웃음소리에도 응원을 받을 수도 있다. 책에서는 이웃이지만 신뢰를 쌓아갈만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두 인물이 나온다. 여기서 그만 포기해도 누구 하나 뭐라할 수 없는 나날들이 펼쳐지는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서로를 믿기로 작정한 뒤 앞으로 나아갈 일만 걱정해도 되었을 때 다들 숨통이 트이지 않았을까? 책을 다 읽은 후 이슬아 작가의 다정한 연대에 관한 글이 떠올라 찾아봤다. 내가 가는 길을 앞서갔거나 같은 처지에 놓인, 혹은 누군가 의견을 구했을 때 해 줄 말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 연대했으면 한다. 작은 다정들이 모이면 무언가..
2024.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