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얼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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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게 공간을 디자인한 카페, 블랙이쉬 레드(Blackish Red) / 저녁 산책
내리기도 전에 스포 당함없다. 한라산 꼭대기만 하얗고 다 녹았다. 한라산 설경 보려면 이렇게 미리 예매할 게 아니라 일기예보 쭉 지켜 보다가 전날 짐싸서 훌쩍 떠나야 했구나. 어쩐지 새벽부터 순탄치 않더라니, 이러려고 그랬나 봄. (아님)늘 이중 주차를 피해왔건만 이 날따라 깜박했고, 어쩔 수 없이 이른 새벽에 부른 콜택시 기사님은 캐리어를 트렁크가 아닌 뒷자리에 실었다. 왜지. 어쩔 수 없이 앞자리에 타서 공항리무진을 타러 가는 동안 스몰토크를 이어갔다. 아저씨는 내가 이야기를 곧잘 받아내자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이상하고 역한 말들을 쏟아 냈다. 하 정말,,, 당장 문을 열고 내리고 싶었지만 비행기는 타야 하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아저씨는 도대체 뭐가 그렇게 당당해서 그런 이야기를 한 걸까?..
2025.02.13 -
가을 산책 / 진해 내수면 생태공원 / 팥이야기 / 주책방
진해 내수면 생태공원 가벼운 옷차림으로 걸을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위기감을 느낀 우리는 얼레벌레 드라이브를 나섰다. 여좌천에 몇 번을 와도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는데, 세상에 이렇게 작고 귀여운 저수가 있다니. 저것보세요, 반짝반짝반짝 난리남. 한 바퀴 도는 데 10분 정도 걸리려나? 중간중간 돌멩이를 제외하면 너무 잘 닦여진 산책길이라 아이들도 많이 뛰어다니며 놀았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멈춰서는 곳은 단연 여기 애기단풍길이다. 나도 세 바퀴를 도는 동안 꼭 멈춰서서, 벤치에 앉아서 애기 단풍을 즐겼다. 그래 이게 단풍이지, 햇볕에 비쳐서 투명하게 알록달록한 저 빛깔이 단풍이지. 올해 단풍들이 대부분 죽은 갈색이라 작년보다 나은 건지 아닌지 분간이 안 됐었는데 이거지이이ㅣㅣㅣㅣ. ..
2024.11.25 -
오늘책 /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문미순
살다 보면 힘들 때마다 기가 막히게 나타나 등을 밀어주는 것들이 있다. 주로 뜻밖이며 작은 것들이다. 구하고자 한다면 추운 공기 속 은은한 햇볕이나 따듯한 손, 사람들의 부서지는 웃음소리에도 응원을 받을 수도 있다. 책에서는 이웃이지만 신뢰를 쌓아갈만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두 인물이 나온다. 여기서 그만 포기해도 누구 하나 뭐라할 수 없는 나날들이 펼쳐지는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서로를 믿기로 작정한 뒤 앞으로 나아갈 일만 걱정해도 되었을 때 다들 숨통이 트이지 않았을까? 책을 다 읽은 후 이슬아 작가의 다정한 연대에 관한 글이 떠올라 찾아봤다. 내가 가는 길을 앞서갔거나 같은 처지에 놓인, 혹은 누군가 의견을 구했을 때 해 줄 말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 연대했으면 한다. 작은 다정들이 모이면 무언가..
2024.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