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책(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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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책 /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사람이 사랑없이 살아갈 수 있나요?경계선 위에서 위태로운 사람들이 있다. 혹은 경계 밖으로 완전히 밀려 필연적으로 소수인 사람들도 많다. 그들의 공통점은 딱히 뭘 하려 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눈길을 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잔뜩 등장한다. 아우슈비츠에 수용되었다가 살아난 유대인 여성, 노년의 무슬림, 매춘부, 성소수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많은 아이들, 정신병원에서 치료감호 상태로 지내던 살인자까지. 모모는 언제나 자신의 출생을 궁금해하고, 기회가 되면 사랑을 구한다. 바닥에 똥을 싸지르거나 물건을 훔치다가 고약하게 혼나고 나면 자신에게 관심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꽤나 삐뚤어진 방식이다. 좋으면서 싫어하고, 그리워하다가도 퉁명해서 아이라기에는 이미 방어적이다. 그런 아이는 늘 그렇듯..
2024.12.26 -
오늘책 /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어 키건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 산책 / 진해 내수면 생태공원 / 팥이야기 / 주책방진해 내수면 생태공원 가벼운 옷차림으로 걸을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위기감을 느낀 우리는 얼레벌레 드라이브를 나섰다. 여좌천에 몇 번을 와도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는데, 세상에 이frame-of-mind.tistory.com드디어 다 읽었다! 요며칠 시국이 하 수상하여 독서로 불안함을 달랬더니 금방이다. 얼마 전 주책방에서 고른 책들 중 가장 먼저 손이 간 책. 곧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걸 알아서 그랬나? 내 많은 작업은 나의 노동의 흔적들을제거하는 데 쓰인다 클레어 키건 | 영미작가 - 교보문고1968년 아일랜드 위클로에서 태어났다. 1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로..
2024.12.05 -
오늘책 / 즐거운 일기 / 최승자
이상하지,살아있다는 건,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_20년 후에, 지芝에게 실컷 자고 일어나 가방을 챙겨 나왔다. 지난밤 느즈막이 먹은 음식이 겨우 소화된 기분이라 아침은 건너뛰었다. 맑지만 구름이 많은 날씨가 꼭 시인을 닮았다. 지독한 우울과 거친 단어들에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건지 궁금했지만 책을 덮으면서 그냥 내 궁금증도 함께 덮어 두자고 결심했다. 그러면 나 일어나 네게 가르쳐 줄게 어째서 사교의 절차에선 허무의 냄새가 나는지,어째서 문명의 사원 안엔 어두운 피의 회랑이 굽이치고 있는지_누군지 모를 너를 위하여 언젠가 후배가 그랬다. 저는 이 직업이 좋아요. 한없이 사랑해도 되잖아요. 그저 열정 많은 사람이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이 지난 ..
2024.11.19 -
오늘책 / 김수영 전집 / 가을 풍경 / 차의 온도
오늘은 수능일이라 어디 나가지 않고 조신하게 집에서 홈카페를 열었다. 지난달 구입한 책과 차의 맛이 참 좋다. 수능 한파는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라떼는 새벽에 추워서 발이 얼고 그랬어... 그래도 공기는 꽤 차가워 얼른 물을 올려 차를 우렸다. 따뜻한 것이 좋아지는 계절, 마음껏 가까워도 괜찮은 계절이다. 잊어버리고 살다가도 둥둥 떠오르는 글귀가 있다. 그럴 때면 종이를 꺼내 새기듯이 필사한다. 김수영 시인의 이 그 중 하나인데 그의 시가 모두 궁금하던 차에 지난 달 서점에 들렀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다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입구에도 매장 안에도 이어져 있었다. 매대에서는 찾을 수가 없어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 내부 창고에서 꺼내다 주는 것을 받으니 꽤 묵직하다. 애타도록 마..
2024.11.14 -
오늘책 /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문미순
살다 보면 힘들 때마다 기가 막히게 나타나 등을 밀어주는 것들이 있다. 주로 뜻밖이며 작은 것들이다. 구하고자 한다면 추운 공기 속 은은한 햇볕이나 따듯한 손, 사람들의 부서지는 웃음소리에도 응원을 받을 수도 있다. 책에서는 이웃이지만 신뢰를 쌓아갈만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두 인물이 나온다. 여기서 그만 포기해도 누구 하나 뭐라할 수 없는 나날들이 펼쳐지는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서로를 믿기로 작정한 뒤 앞으로 나아갈 일만 걱정해도 되었을 때 다들 숨통이 트이지 않았을까? 책을 다 읽은 후 이슬아 작가의 다정한 연대에 관한 글이 떠올라 찾아봤다. 내가 가는 길을 앞서갔거나 같은 처지에 놓인, 혹은 누군가 의견을 구했을 때 해 줄 말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 연대했으면 한다. 작은 다정들이 모이면 무언가..
2024.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