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유와 사유(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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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의 날을 기념하며 / 김수영 / 봄밤
그거 알아?매년 3월 21일은 세계 시의 날이래유네스코가 지정했다는 이 아름다운 날을 기념하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난 지금, ’프랑스는 우리보다 시간이 느리니까 아직 21일 일지도 몰라‘하고 찾아보니 프랑스도 이미 22일이다… 왜 하필 프랑스냐면 유네스코 본부가 파리에 있으니깐🙄아몰라 기왕 이렇게 된 거 세계 시의 날은 핑계고 내가 좋아하는 시를 이곳에서 나눠야지.김수영 / 봄밤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오오 봄이여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기적 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너는 결코..
2025.03.22 -
드디어 봤다, 서브스턴스 / 듣도 보도 못한 바디 호러
더 나은 자신을 꿈꿔본 적 있는가? 서브스턴스 메인 예고편">■ 제작진 코랄리 파르자■ 출연진 데미 무어(엘리자베스), 마가렛 퀄리(수), 데니스 퀘이드(하비)■ 영화 줄거리 더 나은 당신을 꿈꿔본 적 있는가?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대스타였지만, 지금은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한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50살이 되던 날, 프로듀서 하비(데니스 퀘이드)에게서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돌아가던 길에 차 사고로 병원에 실려간 엘리자베스는 매력적인 남성 간호사로부터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권유받는다. 한 번의 주사로 “젊고 아름답고 완벽한” 수(마가렛 퀄리)가 탄생하는데... 단 한 가지 규칙,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지킬 것. 각각 7일간의 완벽..
2025.02.03 -
오늘책 /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처음부터 다시 써진짜 작별 인사를, 제대로 큰 일을 겪고 시들어가는 사람에게 '이제 그만하라'라고 하는 말에는 양면성이 있다. 눈앞의 사람이 속상해 내던지는 안타까움이거나 듣기 좋은 노래도 한두 번인데 하물며, 하는 원망이거나. 하지만 속에 있는 그것을 원 없이 게워내기 전까지는 누구도 그를 말릴 수 없다. 그러니 기다려야 한다. 주인공 경하는 생을 마감하려는지 써둔 유서를 다시 꺼내 여러 번 고쳐 쓴다. 제대로 작별하기 위해. 하지만 자신을 수습할 누군가를 염려하며 주변을 정리하다가 두 달 만에 집 밖으로 나선다. 그 길로 돌아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뜨거운 잣죽을 사다가 천천히 오래도록 먹는다. 그렇게 죽음이 비껴간다. 기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고 해두자. 인선 역시 천상 기록하는 사람..
2025.01.25 -
오늘책 /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사람이 사랑없이 살아갈 수 있나요?경계선 위에서 위태로운 사람들이 있다. 혹은 경계 밖으로 완전히 밀려 필연적으로 소수인 사람들도 많다. 그들의 공통점은 딱히 뭘 하려 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눈길을 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잔뜩 등장한다. 아우슈비츠에 수용되었다가 살아난 유대인 여성, 노년의 무슬림, 매춘부, 성소수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많은 아이들, 정신병원에서 치료감호 상태로 지내던 살인자까지. 모모는 언제나 자신의 출생을 궁금해하고, 기회가 되면 사랑을 구한다. 바닥에 똥을 싸지르거나 물건을 훔치다가 고약하게 혼나고 나면 자신에게 관심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꽤나 삐뚤어진 방식이다. 좋으면서 싫어하고, 그리워하다가도 퉁명해서 아이라기에는 이미 방어적이다. 그런 아이는 늘 그렇듯..
2024.12.26 -
감기를 물리치는 따뜻한 뱅쇼같은 플리 / 나에겐 이게 캐롤이고 크리스마스야
메리크리스마스 Carla Bruni Le plus beau du quartier Le plus beau du quartier카를라 브루니 영원히 좋아 Landon Pigg Falling love at a coffee shopFalling In Love At A Coffee Shop깊은 밤 모두 잠들었을 때 조용히 내리는 눈송이 Clementine Frou FrouFrou frou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Harry Styles Keep drivingKeep Driving올드카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멜로디 감기조심하세요아침 일찍 일어나 또 길을 나선다. 잔잔한 플리를 반복해서 듣고 또 들으면서 많이 걸어야지. 감기에 맞설 기력은 없으니 꽁꽁 싸매고 다녀와야지.
2024.12.24 -
펑펑 울어버린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 / 나아질 거라는 믿음과 돌아올 거라는 믿음
비와 천둥의 소리 이겨 춤을 추겠네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아침바다 갈매기는 30초 리뷰 예고편">■ 제작진박이웅(감독, 시나리오) ■ 출연진윤주상(영국), 양희경(판례), 박종환(용수), 카작(영란), 박원상(형락), 유순웅(혁수), 정애화(선숙) ■ 영화 줄거리작은 어촌 마을에서 탈출을 꿈꾸던 젊은 어부 용수는 늙은 선장 영국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사고로 자신의 죽음을 위장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영국은 한 달이면 용수의 가족에게 보험금이 지급될 거라는 말을 믿고 위험한 거짓말에 동참하지만, 용수의 죽음을 믿지 않는 가족들로 인해 계획이 어긋나는데... 살기 위한 거짓말, 절망일까 희망일까. ■ 수상내역 ( 2024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KB 뉴커런츠 관객상, 아시아영화진흥기구(N..
2024.12.20 -
네이처가 선정한 2024년 최고의 과학 이미지들, 당신의 선택은?
가장 오래된 학술지, 네이처가 선정한올해 최고의 과학 사진들2019년부터 해마다 올해의 사진을 선정해오고 있는 네이처가 2024년의 사진을 공개했다. 개기일식부터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황제펭귄, 심해의 고래무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선정된 사진들이다. 그리스의 비극Greek tragedy8월, 그리스 북동부는 붉게 타버렸다. 산불은 건물을 집어삼키고 수도인 아테네 문턱까지 이르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은 병원과 수도원으로 대피했다. 그리스에서는 해마다 산불이 발생하지만,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산불의 강도와 빈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별똥별Shooting stars영국 솔즈베리 근처 스톤헨지에서 관찰된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쏟아낸 별똥별. 선사 시대의 큰 바위 뒤로 21세기의 별..
2024.12.19 -
여기 있어요, 아름다운 대가리꽃밭
어질어질 빙글빙글 우선 밝히자면 그를, 그의 작품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요즘의 어질어질한 사태에 부쳐 예술은 아름답기라도 하지, 무리지어 파렴치한 작자들은 도대체가 쓸모가 없으니 시름만 깊어질 따름이다. 가벼운 풍자라고 해두자. HANA KATOBA는 시각 예술가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본격적으로 사진 작가로서의 길을 걸으며 경력을 쌓아왔다. 어딘가 비현실적이고 경계가 흐릿한 듯했던 작품들이 대다수이고, 최근에는 인공지능과의 협업을 통해 몽환적인 분위기가 한층 짙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을 잔뜩 보자 흙탕물에 맑은 물을 들이 붓듯이 어떤 사람..
2024.12.13 -
오늘 개봉한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 작은 친절이 만든 큰 변화
결코 사소하지 않은 결심이눈 앞에서 살아 움직일 때의 즐거움이란 이처럼 사소한 것들더보기 제작자인 킬리언 머피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회는 아일랜드 사회의 뼈대 같은 것" "다행히도 나와 내 직계가족은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영향을 받은 사람을 하나둘 알고 있다""소름 끼치고 무서운 점은 막달레나 수녀원이 1996년에야 문을 닫았다""일종의 집단적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기에 좀 더 조심스러운 방식으로 대면하면 좋겠다. 사람들이 마침내 그 문제를 들여다보길 바란다"지난주 완독한 클레어 키건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오늘 개봉했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초청된 바 있으며 조연인 에밀리 왓슨은 이 영화를 통해 은곰상을 수상하기도 했단다...
2024.12.12 -
오늘책 /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어 키건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 산책 / 진해 내수면 생태공원 / 팥이야기 / 주책방진해 내수면 생태공원 가벼운 옷차림으로 걸을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위기감을 느낀 우리는 얼레벌레 드라이브를 나섰다. 여좌천에 몇 번을 와도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는데, 세상에 이frame-of-mind.tistory.com드디어 다 읽었다! 요며칠 시국이 하 수상하여 독서로 불안함을 달랬더니 금방이다. 얼마 전 주책방에서 고른 책들 중 가장 먼저 손이 간 책. 곧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걸 알아서 그랬나? 내 많은 작업은 나의 노동의 흔적들을제거하는 데 쓰인다 클레어 키건 | 영미작가 - 교보문고1968년 아일랜드 위클로에서 태어났다. 1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로..
202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