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봤다, 서브스턴스 / 듣도 보도 못한 바디 호러

2025. 2. 3. 19:02와유와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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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자신을 꿈꿔본 적 있는가?

 

서브스턴스

제작진
코랄리 파르자

출연진
데미 무어(엘리자베스), 마가렛 퀄리(수), 데니스 퀘이드(하비)

영화 줄거리
더 나은 당신을 꿈꿔본 적 있는가?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대스타였지만, 지금은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한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50살이 되던 날, 프로듀서 하비(데니스 퀘이드)에게서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돌아가던 길에 차 사고로 병원에 실려간 엘리자베스는 매력적인 남성 간호사로부터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권유받는다. 한 번의 주사로 “젊고 아름답고 완벽한” 수(마가렛 퀄리)가 탄생하는데... 단 한 가지 규칙,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지킬 것. 각각 7일간의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한다면 무엇이 잘못되겠는가?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
 
 



 
 
 

마음의 준비를 했어야 했다

산뜻했던 오프닝. 하지만 장르가 호러일 줄이야. 우리나라 사이트엔 완곡하게 스릴러라고 표현했지만 외국 사이트에선 호러, 그것도 바디 호러라고 적혀 있다. 피가 낭자하는 건 기본이고, 눈앞에 펼쳐지는 기괴한 장면들에 뚜까 맞으며 소리 지르느라 바빴지만, 그럼에도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보길 잘했다.  

 
 
 

왜냐하면 그 영화 속 어딘가에서 종종 나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나은 나를 꿈꿔본 적? 물론 있다. 두 다리에 랩을 친친 감고 달리기 운동을 하던 중학생 시절의 나. 지금보다 더 예뻐질 수 있는 마술이 있다면 온몸의 모공에서 피가 새어 나와도, 뼈가 어디 하나 조각나도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생각해 본 고등학생 시절의 내가 있었다.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매일 상상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싱그러운 시절이었지만 그땐 모르니깐.. 

 
 
 

서브스턴스 키트. 새우를 쩝쩝 추접스럽게도 먹는 하비가 지껄이는 말(50대는 모든 게 끝이라는 말)에 엘리자베스는 키트를 주문한다. 고등학생 때 상상했던 마법이 눈앞에 약물 버전으로 펼쳐졌다는 생각게 헛웃음이 나왔다. 너무나 무성의한 설명서에 조악한 도구들. 한때 톱스타였던 엘리자베스는 겁도 없이 약을 투여한다. 결과는?
 
 
 

어어어엄청 예쁘다. (이 배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 나온 배우인 줄 알고 검색해 보니 유명한 배우의 딸이라고) 스크린으로 보면 진짜 속된 말 튀어나올 만큼 이쁨. 그렇게 되찾은 젊음은 일주일 단위로 스위치 되는데 엘레자베스는 하루하루가 지루하기만 한 반면 수는 매일매일이 경이로워서 그저 즐겁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젊음과 아름다운 외모를 찬양하니깐.
 
 
 




 
 

CONTROL
YOURSEEEEELFFFF!!!!! 

엘레자베스가 자꾸만 스스로를 놔버리고 망가지니깐 소리치는 수. 이 장면이 속상했던 이유는 젊음과 외모에 집착하게 만드는 미디어와 사회에 화살이 돌아가지 않고 자기 자신과 다투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두 사람은 하나인데도 엘리자베스가 수를 향한 열등감에 자꾸만 자신을 망가뜨리는 것. 진정 자기혐오의 전형인 장면.
 
 
 

가장 마음 아팠던 장면은 이것. 모처럼 이성과의 약속이 생긴 엘리자베스가 거울 앞에서 한껏 단장하고 나가려는데 거울을 보니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화장을 고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것을 몇 번이고 반복하다가 이제야 말로 나가는가 싶더니 다시 돌아와서 이번에는 화장을 지워버리는 장면이다. 하 진짜... 자기 검열은 이렇게나 무섭다.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자신을 비춰보며 마음에 들 때까지 단장해 본 적 다들 있잖아요. 아름다우면 세상이 어쩐지 조금 더 내게 친절한 것만 같은 그 경험 누구나 해봤잖아요... 그래서 슬펐음🥲
 
 
 

영화 속 엘리자베스는 50대이지만 실제 데미 무어는 60대라는 걸 알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온몸에 꼭 달라붙는 타이즈, 쨍한 색감의 옷들, 붉은 립스틱과 뾰족한 하이힐. 이 모든 게 나이와는 상관없다는 듯(실제로도 그렇고) 멋지게 소화한다. 물론 그런 장면들에 또다시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속상해하진 말자. 다이어트해야 하는데, 피부과에 가야 하는데,,, 하는 순간 감독의 의도와는 멀어지는 거니깐 우리 그러지는 말자 진짜로.
 
 
 

영화 서브스턴스에서는 거의 포르노 수준으로 인물들의 신체를 훑는 장면들이 많다. 그 시선이 너무나 집요해서 폭력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걸 찍은 감독이 여성이라는 사실은 어딘가 서글픈 시사점을 남긴다. 
 
 
 

웃어! 아름다운 아가씨는 환하게 웃는 거야! 라며 수를 둘러싼 하비와 투자자들. 묘하게 불쾌한 그거, 뭔지 알지?
 
 
 

이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는 과감한 앵글과 색감이다. 영화 중간중간 야자수가 나와서 캘리포니아나 LA라고 생각했는데, 프랑스에서 찍은 영화라고. 
 
 
 

경상도 사투리 중에 '디비쪼다'는 말이 있다. 닦달하거나 견디지 못하게끔 괴롭힌다는 의미쯤으로 쓰인다. 외모, 학벌, 재력, 업적, 건강. 이젠 이런 것들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듯하지만 여전히 아침이면 거울 앞에 망설이는 내가 있고, 밤이 되면 왜 더 잘 해결하지 못할까 디비쪼는 내가 있다. 난 조금 더 자유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서서히 목줄을 푸는 연습부터 해야겠다. 하지만 마라탕은 일주일에 한 번, 잃을 수 없다.  
 
 
 
 


참고로 영화 속 서브스턴스 키트의 수혜자들은 총 3명이다. 저걸 알아낸 사람 대단하다 정말. 몇 회 차 관람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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