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2. 23:52ㆍ와유와 사유
그거 알아?
매년 3월 21일은 세계 시의 날이래

유네스코가 지정했다는 이 아름다운 날을 기념하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난 지금, ’프랑스는 우리보다 시간이 느리니까 아직 21일 일지도 몰라‘하고 찾아보니 프랑스도 이미 22일이다… 왜 하필 프랑스냐면 유네스코 본부가 파리에 있으니깐🙄
아몰라 기왕 이렇게 된 거 세계 시의 날은 핑계고 내가 좋아하는 시를 이곳에서 나눠야지.
김수영 / 봄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 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정말 언제 읽어도 다정한 글이지 않나? 밤기온이 사뭇 부드러워진 요즘 같은 봄밤에 읽기에도 딱이다.
네가 기억을 못하면 어떡해

며칠 전. 지독했던 3월 첫째 주, 둘째 주를 보낸 뒤 만난 친구가 인사를 나누자마자 불쑥 꽃다발을 내밀었다. (이번에 꽃병 새로 산 건 어떻게 알고??)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몇년 전에 너가 나 만날 때 아무 일도 없는데 꽃다발을 주더라, 그게 너무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나서 요즘 나도 누군가를 만날 때 종종 꽃다발을 건넨다’고 했다. 정작 그 기쁨을 시작한 네가 기억을 못하냐며 타박아닌 타박을 들었다.
뭐야, 나 꽤 근사한 사람이었잖아?🤭 덕분에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꽃향기가 곁에 맴돌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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