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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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솔직한 사람에게는 늘 속수무책이다.
2016년 여름, 세비야에서 말라가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기온은 섭씨 42도를 웃돌아 눈앞은 쨍하고 거리 곳곳에서 분사한 물이 오렌지 나무 위로 안개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햇살이 살을 찌를 듯 뜨거워도 그늘에 들어서면 금세 시원해지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한 사람이 바닥에 주저앉더니 울기 시작했다.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과 지나가던 사람들은 당황해서 웅성거렸다. 그야말로 엉엉 소리 내 우는 울음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성분이 그 사람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는 듯하더니 잘 달래서 택시를 태워 보냈다. 여기까지가 그날 눈앞에 일어난 일의 전부다. 그런데 그 일이 왜 그렇게 나를 흔들어 놓았을까. 시간이 이렇게나 흐른 지금까지도. 이마에 둘리어 있던 인디언..
2024.11.12 -
휴직을 신청했다.
_ 15년 동안 달려왔더니 어딘가 고장 났나 보다.하루는 출근하려는데 숨이 가쁘고 식은땀이 났다. 소리치던 사람과 옆에서 거들던 사람과 가만히 살피던 사람들이 있다. 일하기 시작한 뒤로 전화가 오면 심장이 툭 떨어진다.몰아세우는 듯한 전화는 몇 번이고 울린 후 꺼진다. "요즘 몸이 많이 안 좋으셔, 그러니까 웬만하면 잘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텅 빈 눈으로 바라봤다.나야말로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아픈 건 나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_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 살아왔지만, 어느 날 더러워졌다.부패한 집단에 속한 뒤로 단 하루도 떳떳하지 못했다. "기부입학도 있잖아. 그런 거 흠도 아니야." 그런가.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왔다. 그렇게 어울리지 못하고, 동화되지 못하고, 겉돌며 15년을 지냈다.어떻게 ..
202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