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을 신청했다.
2024. 2. 11. 01:38ㆍ랭보의 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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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15년 동안 달려왔더니 어딘가 고장 났나 보다.
하루는 출근하려는데 숨이 가쁘고 식은땀이 났다.
소리치던 사람과 옆에서 거들던 사람과 가만히 살피던 사람들이 있다.
일하기 시작한 뒤로 전화가 오면 심장이 툭 떨어진다.
몰아세우는 듯한 전화는 몇 번이고 울린 후 꺼진다.
"요즘 몸이 많이 안 좋으셔, 그러니까 웬만하면 잘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텅 빈 눈으로 바라봤다.
나야말로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아픈 건 나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_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 살아왔지만, 어느 날 더러워졌다.
부패한 집단에 속한 뒤로 단 하루도 떳떳하지 못했다.
"기부입학도 있잖아. 그런 거 흠도 아니야."
그런가.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왔다.
그렇게 어울리지 못하고, 동화되지 못하고, 겉돌며 15년을 지냈다.
어떻게 그렇게 다들 자부심을 가지고 다니는 거지?
완전히 망가졌다.
_ 그럼에도 나를 살게 하는 어떤 것들이 있다.
마음 나눌 사람 몇이면 살아갈 수 있다.
바람이 부는 한 살아갈 수 있다.
어디든 굴러가는 오래된 자동차도 있으니까.
이리저리 나부끼며 지내자.
지레짐작도 확대 해석도 고집스러운 신념도 버리고 그냥 내버려두고.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한동안 하고 싶은 대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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