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다.
2024. 5. 7. 03:51ㆍ랭보의 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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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전후로 늘 컨디션 난조가 따른다. 무거워지는 몸보다 가라앉는 기분이 큰일이다. 우연히 생리 주기 애플리케이션을 알게 돼 생리 시작일과 종료일, 그날의 컨디션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의견 충돌이 유독 잦거나 우울해져 울음이 터지는 날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재미있는 맞물림을 발견했다. 생리가 얼마 남지 않은 때마다 좌절하고 갑작스러운 화를 주체 못하거나 상처를 주고받는 내가 보였다. PMS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데이터를 보고 있자니 충격이 크면서도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생리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우울과 슬픔은 사라지니까. 다스리면 된다.
몸과 정신의 대격돌 시기를 자각한 뒤로 최대한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줄이고, 즐겁고 재미있는 일들을 심어 놓는다. 달력을 스크롤해 내리다 주면 가임기, 배란기, 생리 예정일도 알려주는데 이게 또 아찔하다. 한 달 중 일주일은 PMS, 일주일은 생리를 하니까 가임 기간 중 적게는 40%, 많게는 50%의 시간을 감정의 소용돌이와 찌뿌둥한 몸을 살아내는 셈이다. 이 짓을 폐경 전까지 해야 한다니.
종종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반복되지만 익숙해지진 않는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호르몬이 생식을 위해 몸을 괴롭힌다면 그에 따른 스트레스에 대항해 줄 줄도 알아야 하는 게 아닐까? 부디 호르몬끼리 협의 봤으면 한다. 다스리다가 지쳐 폭발할까 봐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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