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게 공간을 디자인한 카페, 블랙이쉬 레드(Blackish Red) / 저녁 산책

2025. 2. 13. 14:21요즘의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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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기도 전에 스포 당함

없다. 한라산 꼭대기만 하얗고 다 녹았다. 한라산 설경 보려면 이렇게 미리 예매할 게 아니라 일기예보 쭉 지켜 보다가 전날 짐싸서 훌쩍 떠나야 했구나. 어쩐지 새벽부터 순탄치 않더라니, 이러려고 그랬나 봄. (아님)

늘 이중 주차를 피해왔건만 이 날따라 깜박했고, 어쩔 수 없이 이른 새벽에 부른 콜택시 기사님은 캐리어를 트렁크가 아닌 뒷자리에 실었다. 왜지. 어쩔 수 없이 앞자리에 타서 공항리무진을 타러 가는 동안 스몰토크를 이어갔다. 아저씨는 내가 이야기를 곧잘 받아내자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이상하고 역한 말들을 쏟아 냈다. 하 정말,,, 당장 문을 열고 내리고 싶었지만 비행기는 타야 하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아저씨는 도대체 뭐가 그렇게 당당해서 그런 이야기를 한 걸까? 내가 본인 번호도 가지고 있고, 차번호도 찍어뒀는데.

아무튼 새벽 4시에 일어나 이중주차로 혼미해진 나는 아저씨의 분주한 이야기를 흘려 들으며 공항리무진을 무사히 탔고, 제주에 내렸다. 그런데 눈이 없잖아. (물론 내가 떠나고 며칠 뒤 제주에는 다시 폭설이 내렸다😳) 둘째 날 계획했던 눈꽃산행은 좌절됐지만 이날의 일정이 또 있으니까. 눈덮힌 영실코스는 다음 기회에🤍
 
 

 
 

 
 
 

다정하게 쉬어가세요

블랙이쉬레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하소로 769-10 (애월읍 유수암리 2915)

place.map.kakao.com

공항근처 20분 거리, 애월에 위치한 블랙이쉬 레드에서 숨을 좀 돌리기로 했다. 본의 아니게 카페 오픈런한 사람 됨. 여튼 평일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아무도 없어서 여유롭게 카페를 둘러봤다. 독특한 건축 디자인과 넓은 공간에 눈이 즐거운 곳이구나.
 
 
 

2층 전경. 카페에 들어서서 가장 놀란 점은 과감하게 개인적 공간을 나눈 것이다. 1층은 완전 오픈형에 통유리창이 있어서 더욱 개방감이 컸다. 이런 줄 알고 갔지만 직접 보니 더 신기했던 게, 보통 대형 카페는 손님을 많이 받아야 하니까 좌석 사이의 공간이 협소한 경우가 많을텐데. 이곳은 그런 점으로부터 자유로운 듯했다. 특히 2층은 더욱.
 
 

와 말도 안 돼. 이렇게 큼직하게 공간을 분할해서 소수의 사람들에게 제공하다니. 밝은 톤의 인테리어에 감각적인 가구 디자인도 참 아름답다. 나같이 조용히 머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프라이빗한 분위기의 대화를 이어가고싶은 사람들에게 딱맞는 곳이었다.

 
 
 

시그니처 메뉴인 우바 밀크티랑 쑥 밀크티. 우바 밀크티는 세계 3대 홍차인 UVA 홍차를 우려 만들었다고 한다. 맛은 우리가 아는 그 밀크티맛. 하지만 향은 좋았다. 사장님이 외부음식 안된다고 해서 케이크는 예쁘게 사진만 찍고 도로 케이크 상자에 넣음. 렌트카 타자마자 좋아하는 빵집가서 사온 건데😭 새벽부터 아무것도 못 먹은 대신 밀크티 두 잔을 홀짝홀짝.
 
 
 


제주쌀빵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월광로 107-2 1-2층 (카페) (노형동 2700-3)

place.map.kakao.com

그래서 이날 일정 마치고 숙소 돌아와 와인잔으로 케이크를 절반이나 파먹었다. 음 맛있어 맛있어. 원래 여긴 외계인 방앗간 제주점이었는데 상호명 바꾸고 이사를 하셨더라. 거의 7년 만에 재방문이라 가게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반가웠다. 몸에 이상 없는 걸 보면 여긴 진짜 쌀빵 맞다. 


 
 
 

밀크티를 다 마셔갈 무렵 사진 속 창가 자리로 옮겨 앉아 이슬아 작가의 <날씨의 탄생>을 찬찬히 읽었다. 언제 읽어도 참 담백한 글이다. 그가 다루는 주제들은 신선하고 솔직해서 용감하다는 생각도 든다. 난 웅이와 복희도 좋지만 작가가 하마씨와 함께 지내던 시절의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하지만 결별 후 어느 날 홀연히 다른 남자와 결혼했지. 알다가도 모르겠는 것, 그건 바로. 
 
 
 

천천히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멍하니 창밖을 내다봤다. 2시간쯤 지났을까? 카페인 덕분에 깨어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이날 계획한 트래킹을 하러 나섰다. 잘 쉬다 갑니다. 
 
 
 



 
 

폭삭 속았수다

 

트래킹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찍은 오션뷰. 저 멀리 새연교도 보인다. 맛있는 케이크를 잔뜩 먹고 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산책을 나섰다.
 
 
 

어스름해지는 서귀포 바다를 바라보며 항구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알전구가 이쁘게 걸린 길 아래쪽 돌담에는 팻말마다 알 듯 모를듯한 제주어가 적혀있었다. 다녀와서 안 사실이지만 아이유가 찍은 드라마 제목이 그거라며! <폭싹 속았수다> 

 
 
 

항구에 가서 바다를 내려다보니 이것 뭐예요. 온통 물고기 떼잖아요. 뜰채 주세요 뜰채.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는데 저렇게 하얀 배를 내보이며 이리저리 무리 지어 헤엄치고 있었다. 어메이징.. 뭔가 비현실적인 하루다 정말.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찍은 이날의 노을,
“오늘도 폭삭 속았수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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