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제비봉 산행 (2024.08.18.)

2024. 11. 11. 13:45요즘의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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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봉을 오르며 내려다 본 아름다운 충주호 풍경 먼저 감상하세요. 아름답죠 아름답잖아 그러니까 다들 제비봉 가세요. 나만 당할 수는 없어어앙아ㅏㅏㅏ악ㅋㅋ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8월, 겁도 없이 월악산을 올랐다. 주차는 지도 속 표시된 공원지킴터 맞은편 공터에. 경남에서 충북은 꽤 먼 곳이라 아침에 서둘러 나왔어도 도착하니 이미 한낮이어서 11시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제비봉 정상을 찍고 원점회귀하는 코스로 총 거리는 편도 2.3km, 소요 시간은 6시간(11시-17시)이 걸렸다. 체감상 난이도 중상. 체력이 쓰레기인 사람이 중간중간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점심도 먹은 시간 포함이며 정상 체력인 분들은 2~3시간만에도 다녀오신다고 한다. 말도 안돼...   늘 느끼는 거지만 세상엔 뭘 몰라야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이날이 그랬다.
 
 

제비봉은 초반 숲뷰를 지나면 그 때부터는 굉장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시작부터 계단으로 주욱 이어지기 때문에 길은 험하지 않다. 조금씩 오를 때마다 속이 시원하게 조망이 트이는데 특히 충주호가 굽이굽이 아름다워서 자연스레 숨을 고르게 된다.
 
 
 

착실하게 계단을 걷다보니 느닷없이 돌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런 암릉 코스는 많이 접해본 적이 없어서 좋아한다. 안 해본 거 좋아하는 사람, 나. 경사 구간을 오를 때는 몸은 앞으로 기울어지고 발바닥은 있는대로 뒤로 젖혀지는 느낌도 좋다. 
 
 
 

계단 지옥

등산 시작한지 50분. 그동안 내가 너무 흙산만 다녔던 건가. 험한 산길이 아니라 이정도는 거뜬하지, 했는데 자꾸 계단이다. 그러다 올려다 본 풍경, 말로만 듣던 천국의 계단을 만났다. 땀은 이미 온몸에 흐르고 있고, 충주호 유람선 안내방송 소리가 라디오처럼 멀리 들렸다. 
 
 
 

이게 맞나. 천국의 계단을 겨우 오르자 다시  펼쳐진 암릉 구간에서 낑낑거리는 모습이 스스로 웃겨서 찍은 사진. 하산할 때를 기억해보면 이 암릉 위쪽으로 걸었지만 올라갈 때는 뭘 몰라서 저러고 감ㅋㅋㅋㅋ ㅋ ㅋ  두 손의 스틱을 위로 번쩍 올리고 강을 건너듯이 허우적허우적 걸었다.
 
 
 

폭염을 피해 그늘에 암릉만 보이면 몸을 뉘였다. 열오른 얼굴은 터질 것 같고, 다리는 후들거려서 드러누웠을 때 올려다 본 하늘. 맑구나. 초록은 신기한 게 숲이든, 산이든 들어서면 온도가 낮아진다는 점이다. 온도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향기도 다르다. 저 때 이미 내려가던 부지런한 분들도 있었다. 저는 갱상도 사람이라서 이렇습니다, 굉장히 멀리서 왔어요, 라고 붙잡고 굳이 궁금해하지 않을 변명을 하고 싶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한 도시락, 나름 참치마요 쌈밥에 무게를 실었지만 정작 방토가 너무 맛있었다. 배가 고파도 몸이 너무 힘드니 쌈밥 두개도 겨우 먹고 다시 일어났다. 먹고 남은 건 저녁에 숙소에서 먹었다. 
 
 
 
 

이제 0.8km밖에 남지 않았고 이 곳은 심장마비 사망사고 지역이다. 산에서 이정표를 볼 때마다 나는 늘 달리기로 환산하는 버릇이 있다. 0.8km면 100m 달리기 여덟번만 하면 된다, 이런식으로. 그러면 진짜 힘이 난다. 아무튼 무리한 산행을 자제합시다. 심장마비는 무서우니까.
 
 
 

드디어 도착을 했습니다아아아ㅏㅏㅏㅏㅏ 정상에서 만난  한 부부가 정상석에서 기념사진을 찍어주셨지만 올릴 수 없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상 데크에서 쉬시던데 낯을 많이 가리는 나는 그곳에서 함께 쉬지 못하고 얼른 내려왔다. 호다닥.
 
 
 

이쯤에서 다시 보는 제비봉 하이라이트 구간. 정상에서는 이렇게 탁 트인 충주호 풍경은 볼 수 없다. 개인적으로 뉴질랜드 남섬과 북섬 사이를 가로지르는 유람선 풍경보다 아름다웠다. 어떻게 딱 저런 모양으로 융기하고 물이 고여 호수가 생겼지? 
 
 


제비봉

제비봉은 충북 단양군 단양읍에서 서쪽인 충주호 방면의 단성면 장회리에 위치한 산이다. 높이는 721m이며 단양팔경 중 수상관광지로 유명한 구담봉과 옥순봉에서 동남쪽 머리 위로 올려

100.daum.net

제비봉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제비를 닮아서구나. 아직은 구담봉이 어디인지 어느 방향인지 아직 하나도 모르겠지만 일단 저장.



 

제비봉 산행은 끝도 없는 계단과 암릉이 주인 코스이지만 종종 능선도 펼쳐진다. 산행 중 능선이 나오면 적은 체력으로 산 위를 노니는 느낌이라 늘 기분이  좋다. 제비봉은 정상보다 정상에서 가까운 암벽 능선에 서면 유난히 해발고도가 확 와닿는다.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나는 저때 사진을 찍으며서도 무서워서 주저앉았다. 다리가 후들거리니까 저 이쁜 풍경도 오래 볼 수가 없었다. 산 타다가 방언이 터지는 구간 = 높은 구간. 
 
 
 
 

충주호 말고도 아름답다고 느꼈던 풍경은 저 굽이굽이 펼쳐지는 도로였다. 저런 구도의 풍경을 보면 늘 카메라로 꺼내 찍는다. 사진 속 도로를 타고 산을 넘어가면 악어봉으로 갈 수 있다. 이날도 제비봉 하산 직후 악어봉으로 향했지만 입구컷 당했다. 악어봉 입구 정비사업이 한창이라 막 포장을 치고, 다리를 만들고 있었다. 다시 돌아가기가 너무 억울해서 현장 업자 분들에게 여쭤보니, 야매로 올라갈 수는 있지만 위험하다고 하셨다. 아무리 봐도 사람이 갈만한 길은 아니었다ㅋㅋㅋㅋ  나 입구컷 전문인가봐. 그래서 다시 저 도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 날 숙소는 우리나라 국립공원 숙소 중 하나인 소백산 생태탐방원이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 포스트에 하기로. 
 
 

소중한 무릎 지켜

개인적으로 제비봉은 난생 처음 접해보는 유형의 산이라 너무너무 즐거웠다. 등산 스틱도 처음 사용해봤는데 아마 스틱이 없었으면 배로 힘들었겠지. 그동안 나는 그냥 생으로 몸을 갈아넣으며 등산을 했던 거다. 그걸 깨닫고는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등산은 장비빨, 앞으로는 영리하게 다치지 않고 등산해야지. 

다음엔 어디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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