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15. 22:22ㆍ요즘의 녹음
https://www.cng.go.kr/tour/upo.web
사실 전날 밤에 검색한 건 천황산-재약산 코스였다.
느긋하게 다녀올 생각으로 하루를 넉넉히 잡았다.
얼음골케이블카 주차장에 도착하니 못들어오게 막아두었다.
임시 휴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전점검기간 2/13 ~ 2/16 (하아..)
순간 너무 당황해서 아무 생각이 안났다.
어떡해? 뭘 어떡해 다른 곳을 가야지..
이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가 너무 웃기고 귀엽고 하찮고 어처구니가 없다.
혼자라서 누군가에게 피해끼치지도 않았고 뭐 괜찮다.
근처 호박소 들러서 일단 걸으며 허망함을 가라앉혔다.
계곡이 너무 예뻐서 감탄을 연발하며 걸었다.
여름에 다시 와야지.
그러다 떠오른 게 우포늪 트레킹.
밀양에서 다시 창녕으로 넘어와 트레킹 시작!
이날은 우포늪생명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자전거로는 모든 코스를 갈 수 없기 때문에 코스를 완주하고 싶다면 걸어야 한다.
이동 거리 : 약 7.4km
소요 시간 : 3시간 (12:40 - 15:40)
1월 한달 동안 칩거하며 집밖에 나가질 않아 근육들이 다 사라진 줄 알았더니 아직은 괜찮나 보다.
다들 가벼운 차림으로 트레킹하는데 나만 등산화에 배낭에 모자를 쓰고 좀머씨마냥 걷고 또 걸었다.
큰 호수같은 늪을 가운데 끼고돌아 한바퀴 걸어볼 참이다.
생명길을 걷다보면 이렇게 반듯한 길들이 여러번 나온다.
걷고 싶어 걷다보면 불쑥불쑥 잊었던 기억들이 튀어 오르기도한다.
대대제방을 걸을 땐 고등학고 때 친구가 떠올랐다.
봄되면 저 나무들이 모두 연두색 잎으로 하늘하늘거린다.
솜뭉치처럼 군락을 이루어 보송보송하게 자리잡은 걸 보고 있으면 마치 꽃을 보는 기분이 된다.
우포늪은 의미가 남다른 곳이다.
사회초년생일 때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답답함과 울분들을 여기와서 다 토해냈었다.
걷고 걸으면 마음이 고요하고 잔잔해진다.
ㅈㅎ이에게 전화가 와서 잠깐 통화했다.
엔진에 이상이 생겨서 정비소에 들렀다고.
수화기 너머로 속상함이 느껴졌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괜찮아.
누구보다 신경써서 운전하는 사람이니깐 걱정은 없다.
날이 화창해서 얼었던 땅이 녹았는지 흙내음이 진하게 올라왔다.
입춘도 지났겠다 이제 봄인가? 싶었지만 얼른 정신차렸다.
수십번의 계절을 살다보면 쉽게 속지 않는다.
이러다 또 바짝 추워질 게 분명하다.
우포늪엔 스팟마다 망원경이 있고, 관찰할 수 있는 종류는 저마다 다르다.
언젠가 정세랑 작가가 유퀴즈에 나와서 취미활동을 말한 적이 있다.
그걸 보며 우포늪을 떠올렸다.
작가님 우포늪 오세요. 철새들이 엄청 많아요.
목포제방을 지나고 걷다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하면 쪽지벌, 징검다리를 건너면 사초군락지다.
사초군락지는 수위가 깊어지면 가라앉기 때문에 갈 수 있을 때 가봐야지, 싶어서 홀린 듯이 징검다리를 건넜다.
몇 년 전에 왔을 땐 저곳에서 담비를 봤다.
햇살이 따뜻하니 밖으로 나와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따오기 복원센터가 나오면 길이 거의 끝나간다는 뜻이다.
따오기는 부리가 붉은 것으로 봐서 저 하얀 새는 따오기는 아닌 걸로.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알루미늄캔과 담뱃갑이 전부였다.
생수랑 단백질바 껍질은 내가 먹은 것들.
탐방객들이 적은 겨울이라 그런가?
관리가 엄청 잘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주남저수지도 있지만 우포늪이 더 좋다.
인위적이지 않고 언제와도 그대로다.
재방문하면 모곡제방쪽으로 가서 출렁다리를 건너볼 참이다.
다음엔 어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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