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2. 14:20ㆍ요즘의 녹음
순천은 좋겠다, 동천 있어서
흑두루미 탐조를 마치고 숙소에서 세상 곤히 잘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전날만큼이나 날씨가 좋기도 하고, 별다른 계획이 없던 하루여서 순천동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순천 여행 계획하시면 꼭 타보세요, 추천!!!
순천시 공유자전거 온누리는 어플을 설치한 뒤 이용할 수 있다. 온누리 어플에 접속하면 내 주변 공유자전거 위치와 반납 장소가 지도로 표시된다. 절차도 간단해서 이용하기 편하다.
순천시 공유자전거 온누리는 1회 이용할 때 기본 3시간(180분)이 무료고 이후부터 과금이 되는 시스템이다. 창원 누비자는 처음 90분만 무료인데?? 순천시의 자비에 의욕이 폭발해 버렸다. 무조건 다 채운다 3시간, 나 시간 많아🫠
순천동천 자전거길은 약 1.8km의 거리로 순천시를 남북으로 길게 통과하는 코스다. 자전거 하나로 내륙에서 시작해 해안까지 갈 수 있다니 진짜 매력적이구나. 밀림슈퍼랑 아마씨 덕분에 오래 머물렀던 여순공원 근처가 익숙해서 그곳으로 가 대여하기로 했다.
지도에는 대여 가능한 온누리 자전거가 3대 있다고 떴다. 누가봐도 이곳에 처음 와 보는 사람처럼 두리번거리며 자전거를 찾았다. 저기 보인다 내 자전거. 안장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고, 기어나 따릉 따릉 소리 내는 버튼은 따로 없다.
무거웠던 가방을 바구니에 싣고 얼른 강변길로 내려갔다. 동천은 정비도 잘 되어 있고, 구간별로 풍경이 다양해서 도시의 구석구석을 찬찬히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강이나 하천을 품은 지역은 늘 아름다운 듯?
이제 놀랍지도 않은 남쪽나라 생태계 ㅋㅋ ㅋ ㅋ 경남이고 전남이고 우리나라 남도는 이렇게나 어메이징하다. 12월에 노오란 개나리와 분홍 장미, 이 무슨 조합일까 싶지만 예쁜 건 사실이지.
라이딩하며 만난 철도 교량. 사진에 보이는 대부분의 나무가 벚꽃나무다. 버드나무처럼 강변으로 주욱 늘어져있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도 있었다. 봄에는 얼마나 이쁠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꽃구경 나올까.
와 사진 정리하며 다시 봐도 아름답네. 또 가고 싶어... 북쪽으로 열심히 달리다보니 자전거길이 끊어졌다. 건너편으로 건너가 다시 신나게 달렸다. 자전거를 타고 나면 늘 상쾌한 기분이 든다. 온몸에 바람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풍욕 하듯 그 바람을 맞고 달리다 보면 먼지처럼 날아가는 것 같다. 나쁜 기억도 슬픈 마음도.
순천동천 자전거길만 완주해도 3시간은 금방이지, 생각했는뎈ㅋ ㅋ 77분 채우고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어떡해요.. 체력이 소진된 사람은 얼굴이 트고, 눈에 열이 나서 어디든 드러눕고 싶어 졌습니다.
지친 몸을 쉬러간 곳, 브루웍스
순천 카페 브루웍스도 창원 라키비움처럼 공간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옛 농협 창고였던 곳이라 그런지 역시 층고가 높고 세모난 골격이 그대로 남아있다. 카페와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고, 근처 순천양조장이나 밀림 슈퍼 등 소상공인과 협업해 지역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사진 속 2층, 조용한 자리에 앉아 쉬고 싶었지만 자리가 없어서 1층으로 왔다. 커피 외에도 베이커리 종류도 많고, 카페 곳곳에 굿즈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뱅쇼, 무조건 뱅쇼야. 달고 따뜻하고 상큼하니깐. 시럽으로 농도를 조절하라고 따로 자에 담아 주는 게 너무 세심하다고 느꼈다. 물론 시럽은 따로 넣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었다. 감기약 기운이 뇌를 잠식할 때 즈음 따뜻한 음료가 들어가니까 몸이 녹아내렸다.
내가 머물렀던 자리. 드러누울 수 있는 구조는 전혀 아니었다. 대신 펍 같은 분위기여서 뱅쇼를 홀짝이며 오고 가는 사람들을 열심히 구경했다. 실험실처럼 원두별로 유리관에 담아놓고 그것을 이용해 만든 상품들이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는 것도, 매장 분위기를 한층 독특하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이 날 손님들이 정말 많았다. 끊임없이 밀려 들어오고, 다시 쓸려 나가서 연말에 사람 구경은 여기서 다 한 듯. 책은 도무지 읽기가 힘들 정도로 어두웠지만, 이런저런 소리가 소음에 묻히기 때문에 속닥속닥 수다떨기 딱 좋은 카페였다. 순천에 볼일이 있어서 간다면 다시 들르고 싶은 곳. 그땐 콜드브루를 마셔야지.
이렇게 1박 2일 순천여행이 끝났다. 내일 뭐할까, 하는 걱정없이 마음가는대로 다녀온 여행. 무리하지 않고 가만히 조용히 쉬다 오고 싶다면 이런 잔잔한 코스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음엔 어디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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