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여행 / 이웃한 식당과 카페 / 밀림슈퍼 / 아마씨 아름엄마 씨앗밥상

2024. 12. 28. 20:56요즘의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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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옆 카페 

너무 일찍 도착했나보다. 흑두루미 탐조를 앞두고 2시간 정도 여유가 생겼다. 가이드님께 안내받은 순천역 인근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니 바로 앞이 카페였다. 얼마 남지 않은 책을 마저 읽어버리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얼른 들어가자.
 
 
 

1층은 아기자기한 테이블 석으로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는데, 카페에서 나갈 때 1층에 아무도 없길래 구석구석 구경하며 사진을 찍었다. 레트로풍 카페구나.
 
 
 

오늘책 /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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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추웠지만 카페 안은 훈기가 돌아 시원한 말꾸티를 시키고 2층에 자리잡았다. 비디오 테이프처럼 생긴 진동벨이 정말 울리고 탁자에 말꾸티가 오르자 책을 펼쳤다. 소란한 와중에 정말 집중하기 좋았다.

카페 입장에서 책읽는 손님은 과연 어떤 존재인지 모르겠다. 다만 나는 언제나 손님이었기 때문에 그 입장에서만 이야기해보자면 독서에 적합한 카페의 조건은 딱 두 가지다. 우호적 무관심, 그리고 활자가 보일 최소한의 밝기. 밀림 슈퍼에서는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책을 읽다가 옆 테이블에 대가족이 와서 머물다 갔다. 아이가 2명있었는데 서로 사촌지간인 듯했다. 아이들은 서로 같은 과자를 먹지 못한다는 이유, 또 누가 누구의 것을 빼앗아 먹었다는 이유로 느닷없이 울고 그치기를 반복했다. 아이들의 울음이란 정말로 갑자기 터진다.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달래고 어르고 상황에 맞는 태도란 무엇인지를 가르쳤다. 그러다 약속된 스케쥴이 있는지 오래 머물지는 못하고 나갔다.

대가족의 작은 소동은 내가 독서하는 데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매일 있을 그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척척 해결하는 가족들이 마음 깊이 존경스러웠다. 소리에 예민한 나는 그것이 일상이 된다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그저 그들이 타인이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았던 것일 뿐. 육아란 정말 위대하다. 

 
 
 

2층으로 올라오는 뜨거운 실내 공기와 음식 냄새가 뒤섞여 점점 눈이 따가웠지만 환기시설은 따로 없었다. 맞은편 창문을 조금 열어 숨 쉴 구멍을 만들었다. 그렇게 책을 다 읽고 흑두루미 만나러 순천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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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옆 식당

탐조를 마치고 순천역에 내리자 저녁 식사 시간이 애매했다. 주차해 놓은 곳까지 와보니 밀림수퍼 바로 옆 식당에 환한 불이 켜져 있었다. 마침 감기약도 먹어야했는데.. 잘됐다.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이곳도 사장님의 철학이 있는 식당이었다. 예전 인사동에 갔을 때 이런 식의 설명을 곁들인 메뉴판을 처음 본 기억이 난다. <꽃밥에 피다>라는 식당이었는데 그 곳 보자기 비빔밥보다 이곳이 훨씬 맛있었다.
 
 
 

와 대박. 근사한 연잎밥정식 한상차림이 나왔다. 진짜 너무 맛있었다. 너무너무. 견과류를 얹은 찰밥에 된장국, 불고기, 양배추쌈, 가지나물, 배추김치, 계란말이. 양배추쌈과 가지나물을 제일 먼저 다 먹은 것 같다. 불고기도 양이 너무 많아서 꼭꼭 씹어서 천천히 다 먹었다.
 
 

바쁜 와중에도 테이블마다 챙겨보던 사장님이 와서 냉이나물 된장무침을 더 주셨다. 한 겨울에 냉이 향을 맡으니 식욕이 더 올라서 저것도 다 먹음. 탐조하면서 은근 체력소모가 많았던 거지.

없는 반찬이 계속 나오고, 없던 소스가 또 나오고, 배는 터질 것 같고. 덕분에 감기가 다 나았다. 순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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