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보의 낭보(9)
-
스노클링을 했다.
다음날 일정은 스노클링이어서 월마트에 들렀다. 수영을 배운 적 없지만 왠지 스노클링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장을 다 보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근처 해변을 걸었다. 근데 가만, 영수증에 찍힌 스노클링 세트의 수량이 2개다. 다시 월마트로 갔다. 영수증을 보여주며 사정을 설명하자 매니저는 시시티브이를 돌렸다. 깜박이는 화면 속에 계산대 앞 내 모습이 내려다보였다. 확인을 마친 매니저는 차액을 돌려줬다. 그 돈으로 다시 아이스크림을 샀다. 하나우마 베이에 입장해서 삼십 분 정도의 교육을 받으니 손등에 바다거북 도장이 찍혔다. 귀여운 입장권. 그늘진 곳에 비치타월을 대충 깔아두고 바다로 들어갔다. 요령을 몰라 수경에는 금방 습기가 찼고, 여러 번 물 위로 올라와 재정비를해야 했다. 그런데도 손가락으로 책장을..
2024.05.04 -
집순이에게 알라딘 중고서점은 최고다.
올해 목표는 이사. 매물은 몇 년 전부터 알아보는 중이다. 입지가 좋은 곳이라 하락장에도 가격은 2021년 수준. 오를 땐 확 오르더니 떨어질 땐 더디구나. 생각난 김에 오늘은 짐도 정리할 겸 책장을 엎었다. 어쩐지 책은 눈 같아서 조용히 차곡차곡 쌓여간다. 주기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책을 버릴 때는 알라딘 어플을 이용한다. 직접 중고서점에 가져다 팔아도 되지만 편한 게 최고다. (예전엔 그냥 폐지처럼 집 앞에 갖다 버렸다.) 노랗게 표시한 저 탭만 누르면 그 이후론 알아서 착착. 얼마나 간편하냐면, 1. 카메라로 책의 바코드를 찍는다. 2. 매입가능 여부를 판단해 준다. 3. 출판 시기나 가치에 따라 가격을 측정해 준다. 4. 박스에 넣어 문 앞에 두면 택배사에서 가지러 온다. 5. 상품 상태를 ..
2024.02.18 -
휴직을 신청했다.
_ 15년 동안 달려왔더니 어딘가 고장 났나 보다.하루는 출근하려는데 숨이 가쁘고 식은땀이 났다. 소리치던 사람과 옆에서 거들던 사람과 가만히 살피던 사람들이 있다. 일하기 시작한 뒤로 전화가 오면 심장이 툭 떨어진다.몰아세우는 듯한 전화는 몇 번이고 울린 후 꺼진다. "요즘 몸이 많이 안 좋으셔, 그러니까 웬만하면 잘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텅 빈 눈으로 바라봤다.나야말로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아픈 건 나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_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 살아왔지만, 어느 날 더러워졌다.부패한 집단에 속한 뒤로 단 하루도 떳떳하지 못했다. "기부입학도 있잖아. 그런 거 흠도 아니야." 그런가.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왔다. 그렇게 어울리지 못하고, 동화되지 못하고, 겉돌며 15년을 지냈다.어떻게 ..
202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