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 22:45ㆍ요즘의 녹음
창원수목원
아침에 일어나니 구름도 없이 하늘이 파랗다. 어제 걸으며 봐뒀던 창원수목원에 가기로 하고 짐을 챙겼다. 주차는 창원수목원 주차장에 하면 되고, 걸어갈 경우 주차장 외에도 대로변 정문이나 벽천분수 등 다양한 경로로 수목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공간 자체는 늘 열려있는데다 입장료가 없는 곳이어서 언제든 산책이 가능한 공원이지만, 시설별로 휴무일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위 링크를 이용해 정확하게 확인한 뒤 방문하면 좋다. 벽천분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간에서 반려동물은 출입 금지였다. 목줄이 있어도 안 된다고.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주차장 가는 길, 이 사진들을 찍을 때만해도 몰랐다. 이게 프리뷰일 줄은ㅋ ㅋㅋ 철쭉은 봄꽃, 토끼풀은 초여름꽃인데 오늘은 12월의 둘째 날이고요. 언제나 예쁜 꽃이지만 몇 년 사이 부쩍 TPO를 갖추지 않는 꽃들이 자꾸 많아진다. 지구, 니 진짜 개안나?
가장 먼저 만난 장미, 한 두 송이 피고 시든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봉우리가 터져 이제 막 피어나는 장미도 있었다. 봄벚꽃, 여름장미, 가을국화, 겨울동백. 내가 이유없이 외고 있는 계절꽃들인데 아이고 이제 의미없다.
오늘 창원의 낮기온은 영상 15도. '아니 내가 꽃이라도 피겠어, 따땃하니 얼마나 좋아'하며 호들갑을 떨고 걷던 중 갑자기 진한 향기가 확 몰아쳤다. 주변을 둘러봐도 꽃이 안 보여 의아했는데 저 멀리 애기동백꽃이 흐드러져 있었다. 동백은 겨울 꽃이니까 정상이야. 겨울에 꽃향기를 맡을 수 있다니, 수목원 좋잖여, 럭키비키잖여.
정해진 코스없이 식물들을 구경하다가 하늘정원가는 길에 만난 꽃, 미국쑥부쟁이. 그야말로 한무더기가 하얗게 피어 꼭 팝콘처럼 꽃이 터져있다. 8~9월에 개화하는 꽃이라니, 너도 그냥 따뜻해서 피었구나.
로즈마리 지나서 핑크뮬리 지나서 화단에 심겨져 있던 국화. 자세한 이름은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아서 패스. 벚꽃은 눈 앞에서도 아쉬워 어쩔 줄을 모르게 만드는 반면 국화는 지그시 바라봐도 마음이 잔잔하게끔 아름답다.
국화에 이어 때와 장소에 맞아 심신의 평화를 가져다 준 목련. 벌써 모든 준비를 마치고 겨울잠에 들어갔다. 그래 이거지, 이게 맞지. 근데 한 달 뒤 저 봉우리가 터져있다면 어떻게 하지... 아니 그러지 마.
처음 들어보는 나무인 꽃병꽃나무. 봄과 초여름에 꽃을 피우는 나무라고 한다. 이파리 무늬와 꽃의 색감이 저렇게나 아름답지만 너도 때가 이르단다.
♡♥ ♡ ♡ ♡ 그 숱한 꽃들을 제치고! 자리잡은 내 마음속 1위는 중국단풍나무였다. 맑게 물든 단풍 사이로 새어 나오는 햇빛이 눈부셔서 반해버렸다. 그 색감을 최대한 담아보려 노력했는데, 역시 실물을 따라가긴 힘들구나.. 너무 아름다워서 난리나잖아ㅠㅜㅠㅜㅠㅠㅠㅜㅠㅜ ♡♥ ♡ ♡ ♡ ♡ ♡
영화 퍼펙트 데이에서, 저렇게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코모레비라고 했었지?
가끔 아름다운 외래어가 유행하면 인터넷 어딘가에선 고수들이 나타나 대체할 만한 순우리말을 알려준다. 이렇게 또 하나 배워갑니다. 순우리말에 미친자 = 순친자 = 나
물론 중국단풍 말고도 제 때 잘 익은 메타세콰이어나 팜파스, 억새, 동백같은 식물들도 많았다. 마지막에 또 만난 애기동백은 향이 좋으니까 하나 더. 동백꽃 향을 제대로 맡아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매화만큼이나 매력적인 향이었다.
겨울에 꽃향기를 맡을 수 있다니
그 사실만으로 내겐 겨울에도 수목원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게다가 눈까지 쌓이면 얼마나 아름답겠어. 갑자기 며칠 전 스레드에서 봤던 글이 하나 떠올라서 링크 첨부해야지. 내일부턴 경남도 이제 추워지기 시작한다. 준비 단디 해야지.
다음엔 어디가지?
기다렸대, 달려왔대ㅐㅐㅐㅐㅐ 크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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