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나들이 / 금산못 산책 / 담백한 식사 청솔 / 뷰카페 엔제리너스

2024. 11. 29. 20:45요즘의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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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떴다고 연락을 주시다니요

 
 

작년에 힘들 때 큰 응원을 보내 준 선배가 있다. '이게 내가 하는 일'이라며 웃으며 다독여주던 기억이 난다. 일이라니 그럴리가. 멀리 떨어진 가족보다 먼저 달려와 위로해줬으면서. 선배다운 멘트다.
 
 
 

그랬던 선배가 오랜만에 만나자며 연락이 왔다. 약속 시간보다 한참 먼저 길을 나서 국도를 달렸다. 고속도로보다는 풍경이 아름다운 국도가 좋아서 바쁘지 않으면 늘 드라이브를 즐긴다. 봄에 월아산 자연휴양림을 지나다보면 진주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유명한 벚꽃터널이 펼쳐진다. 근데 이것봐, 가을에도 이렇게 예쁜 억새가 있다. 나풀나풀 솜털이 싱그럽구나. 
 
 
 


 
 
 

진주 금호지(금산못)

오늘의 목적지는 진주 금산에 있는 금호지. 주차는 금호못유원지주차장에 하면 된다. 먼저 도착해서 호수 한바퀴 걷고 선배를 만날 요량으로 두 시간 전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내려 시계 방향으로 걷다 보면 얼마 안 가 가장 먼저 금호지 수변형 테마공원 입구가 보인다. 몇년 전에는 한창 공사중이더니 그새 완공되어 많은 시민들이 운동 중이었다. 물놀이터를 지나 걸어 들어가면 제일 안 쪽에 독서 광장과 숲 속 도서관이 있다. 와 여기도 유럽수국 밭이다, 밭. 여름에 다시 와야지. 
 
 
 

이 나무 이름이 뭐지. 진짜 예뻤다. 은행나무, 남천, 메타세콰이어 제치고 이 날은 이 나무가 가장 반짝반짝. 공원을 빠져나오며 아이들이 뛰어 놀기 좋은 장소라는 생각을 했다.
 
 
 

수변형 테마공원을 지나면 생태공원이 나온다. 진주시 캐릭터 하모도 보이네, 귀여워. 저곳은 가봤기 때문에 패스하고 본격적으로 걷기 운동 시작! 해가 지기 직전 오후라서 호수에, 나무에 빛이 골고루 퍼지고 있었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도 있다. 만져보니 단단해서 꽤 오랜 기간 다져진 듯했다. 
 
 

그냥 앞으로 나가려 해도 풍경이 저러니깐 한걸음 가다 멈추고 또 가다 멈추고 사진 찍느라 바빴다. 난 왜 당장 내일 죽을 사람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지나치질 못할까?
 
 
 


 
 
 

전통찻집 청솔

낮달이 아직 떠 있을 때 선배가 도착했다. 인사를 나누고, 메뉴를 고르다가 비빔밥이 먹고 싶어서 절 아래 있는 작은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그동안 쌓인 이야기가 많아서 조용하게 수다떨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와 근데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는데, 너무 좋잖아. 전통찻집이지만 식사메뉴도 있어서 비빕밥과 부추전을 시켰다.
 
 
 

오징어가 들어간 부추전은 밀가루가 많이 없어서 담백했고, 비빔밥은 나물들이 너무 맛있어서 금방 한 그릇을 비웠다. 밑반찬으로 나온 가지나물도 유난히 젓가락이 많이 가 다시 부탁드려 먹었다. 나오면서 찍은 원산지 표시 속 손글씨. 
 
 
 


 
 
 

엔제리너스 진주금호못점


 

여기는 봄이면 수양벚꽃이 흐드러지는 곳이라 늘 붐비는 카페다. 개인적으로 엔제리너스 커피는 맛이 없어서 좋아하지 않지만ㅋㅋ ㅋ 이곳 풍경은 허브차를 시켜서라도 들리고 싶게 만드는 곳. 

 
 
 

이 카페는 또 얼마나 영리하냐면 카페 뒷편 언덕을 모조리 매입해서 의자에 앉아 차를 즐기며 호수와 벚꽃을 볼 수 있게 해두었다. 박수박수. 사람이 많아도, 커피가 맛이 없어도 ㅋㅋㅋㅋ 올 수 밖에 없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카페. 또 카페 옆쪽에는 캠핑장도 생겨서 대학생들이 깔깔거리며 게임하는 소리가 어둠을 경쾌하게 가른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는 조금 지쳐있었다. 작년에 난 선배가 위로해줬는데, 선배가 힘들 때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다. 전에 한 선배가 '내리사랑이 괜히 있는 말인 줄 아냐'며 좋은 일은 말해도 힘든 일은 말 못한다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선배들은 왜 이렇게 다들 고약할까. 제 떄 응원할 기회도 주질 않는다. 그래도 지난 일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줘서 고마워요. 복직해서 또 만나요.

다음렌 어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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