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다정이 모이면 세상을 구할 수 있다.

2024. 11. 18. 01:55랭보의 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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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다정해지려고 마음먹는 건
어떤 순간일까?

 
오늘도 다정한 사람을 만났다.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들러 먼저 손을 씻으려 화장실로 향했다. 비누 디스펜서가 말을 듣지 않길래 손을 씻고 이제 막 나가려던 분께 물었다. 그분은 내 손목을 잡고 이 부분에 손을 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 위치의 문제였구나. 알려주신 대로 손을 갖다 대니 과연 부드럽게 거품이 나온다. 그분은 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거품이 나올 까지 지켜보고 가셨는데, 내가 감사하다고 인사도 했는데. 아니 그러니까, 이게 이렇게까지 친절한 일인가 싶은 거다. 

웰링턴 항구에서 공항 셔틀버스 타는 곳까지 일부러 함께 가주신 할머니도 그렇다. 나는 처음에 돈을 요구하는 거지인 줄 알고 '나는 당신에게 줄 돈이 없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고, 할머니는 그냥 웃으며 어서 타라고 했다. 꽤 먼 거리를 이동했다. 공항셔틀버스를 탈 수 있는 시내에 도착했을 때 할머니는 나에게 말했다. 내 손녀와 비슷한 나이로 보여서 도와준 거라고, 내가 너의 나라에 여행을 갔다면 너 역시 나를 도왔을 거라고. 잠시 도와주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인 줄 알고 의심했던 긴장이 그제서야 풀렸다. 그러고는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가셨다. 얼마나 먼 길을 돌아 데려다 주셨던 건지 나로써는 알 수 없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상냥할 수 있지.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거야. 다정하자고 마음먹는 개인의 순간들이 궁금하다. 마음먹기도 전에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흔쾌히 친절을 베푸는 순간들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요즘은 친절한 사람들이 제일 존경스럽다. 각자의 친절이 모인 덕분에 살아간다. 그러니 오늘은 마주하는 사람에게, 눈앞의 서로에게 각자 조금씩 다정하기를. 
 
 
 
 

할머니와 함께 탔던 버스, 정류장, 기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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