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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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다정이 모이면 세상을 구할 수 있다.
사람이 다정해지려고 마음먹는 건어떤 순간일까? 오늘도 다정한 사람을 만났다.오랜만에 교보문고에 들러 먼저 손을 씻으려 화장실로 향했다. 비누 디스펜서가 말을 듣지 않길래 손을 씻고 이제 막 나가려던 분께 물었다. 그분은 내 손목을 잡고 이 부분에 손을 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 위치의 문제였구나. 알려주신 대로 손을 갖다 대니 과연 부드럽게 거품이 나온다. 그분은 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거품이 나올 까지 지켜보고 가셨는데, 내가 감사하다고 인사도 했는데. 아니 그러니까, 이게 이렇게까지 친절한 일인가 싶은 거다. 웰링턴 항구에서 공항 셔틀버스 타는 곳까지 일부러 함께 가주신 할머니도 그렇다. 나는 처음에 돈을 요구하는 거지인 줄 알고 '나는 당신에게 줄 돈이 없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고, 할머니는 그..
2024.11.18 -
휴직을 신청했다.
_ 15년 동안 달려왔더니 어딘가 고장 났나 보다.하루는 출근하려는데 숨이 가쁘고 식은땀이 났다. 소리치던 사람과 옆에서 거들던 사람과 가만히 살피던 사람들이 있다. 일하기 시작한 뒤로 전화가 오면 심장이 툭 떨어진다.몰아세우는 듯한 전화는 몇 번이고 울린 후 꺼진다. "요즘 몸이 많이 안 좋으셔, 그러니까 웬만하면 잘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텅 빈 눈으로 바라봤다.나야말로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아픈 건 나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_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 살아왔지만, 어느 날 더러워졌다.부패한 집단에 속한 뒤로 단 하루도 떳떳하지 못했다. "기부입학도 있잖아. 그런 거 흠도 아니야." 그런가.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왔다. 그렇게 어울리지 못하고, 동화되지 못하고, 겉돌며 15년을 지냈다.어떻게 ..
202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