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7. 17:53ㆍ사부작 사부작
뭐라고요?
눈이 온다고요?

친구가 오늘 아침에 눈소식을 전해줬다. 그동안 눈을 너무 갈구하고 다녔다 봄. 창밖을 보니 진짜 눈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이곳 남쪽나라에도 드디어 눈이 내렸습니다 여러분. 세 시간 뒤 어김없이 햇빛이 비치면서 사라졌지만, 오늘의 기쁜 마음을 기록하는 의미로 그간 나를 즐겁게 했던 것들도 함께 모아모아 정리해 본다.

2009년식 23만킬로를 달린 내 첫 자동차의 수출. 얼마전 사성암과 노고단을 다녀오면서 이제 이 차를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외국일 줄은 몰랐지. 헤어지기 전에 깨끗하게 씻어서 보내주려고 칼바람을 뚫고 세차장에 다녀왔다. 신차를 구입하는 곳에서는 맡기면 수출 처리와 함께 150만 원을 준다고 했다. 예전 카센터에서 만난 분이 혹시 폐차할 거면 본인한테 말하라고 하던 게 기억나서 연락을 드렸더니 그분은 수출이 안 되는 차라서 70만 원이 최고라고 했다. 같은 차량인데 이렇게나 다르구나. 그래서 기분 좋게 딜러님께 차량 말소를 맡기기로 했다. 트렁크도 내부도 청소하고 집에 내려 차를 보는데,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얘랑 15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는데. 처음 장거리 운전 시도할 때 어디든 멀리 가고 싶어서 온 가족을 태우고 강릉까지 다녀왔다가 입가에 포진도 생겼었는데. 부모님이 너 피곤하다고 돌아가며 운전하자고 해도 핸들 절대 안 뺏기려고 밤샘 운전하다가 다음날 몸살 남😶🌫️ 아무튼 잘 가, 그곳에서도 누군가를 태우고 어디든 달리렴.


FM4U의 두 디제이 이상순과 윤상. 지난 12년 동안 아침 10시를 책임지던 정지영 아나운서가 작년 12월에 하차했다. 그 자리를 이어받은 건 가수 윤상. <오늘 아침, 윤상입니다>에서는 얼마 전 윤버지님 권능으로 라이즈가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하고, 여전히 좋은 음색으로 방송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기쁜 목소리는 오후 4시의 이상순. <완벽한 하루, 이상순입니다>의 가장 좋은 점은 선곡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점이다. 방송이 끝나면 꼭 선곡표를 찾아 보게 된다. 차분한 목소리는 듣고만 있어도 아늑해서, 앞으로 퇴근길은 에펨포유 고정해야지. 배철수 아저씨나 이문세 아저씨처럼 직접 콘솔을 다룬다고 함. 두 분 다 오래오래 해주세요. 라디오 키즈 여기 한 명 있어요🙋🏻♀️

지난주에 녹아내린 미장. 조정은 늘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마소가 30달러 이상 빠지는 걸 목격한 건 코로나 이후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줄줄 흘러내리는데 이때다 싶어서 얼른 마소를 몇 주 더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근데 이게 좋다 만 것이... 그날 이후 지금까지 삼전도 줄줄줄줄 다 녹아내리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건 악재다 악재. (한국은 지금처럼 이공계 인재들에게 소홀하면 안 된다) 어제는 또 절세 계좌 혜택도 다 없앤다고 해서 어질어질. 아무튼 좋다 말았으면 좋았던 일에 기뻐하자며 긍정회로 돌려 본 것.

영화 <파과> 민규동 감독의 오랜만의 신작이다. 원작은 구병모 작가의 소설인데, 주인공이 이혜영 배우라고 해서 기다리는 중. 소설을 읽으며 내가 상상한 주인공 '조각'은 마른 볏짚 같은 사람이었다. 꽃 향기도 과실의 향기도 아닌 건조한 풀의 슴슴한 향이 날 것만 같은 그런 사람. 이혜영 배우의 정면 얼굴이 담긴 스틸컷도 있지만 우선 공식 포스트 먼저 올린다. 조만간 원작 소설도 재독하고 포스팅해야지🎶

단순해진 사고회로. 어쩌면 나에겐 이것이 가장 축복이고 행복한 일이 아닐까? 재작년까지 나는 상대가 무슨 말을 하면 항상 그 말에 어떤 저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부분 부정적인 방향으로 각주를 달아 스스로를 갉아먹곤 했다. 요즘은 상대가 건넨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게 쉬워졌다. 의아할 땐 마음대로 해석하지 않고, 끙끙 앓느니 상대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이게 얼마나 나를 산뜻하게 만드는지! 감사한 일이다.

겨울의 감각. 이건 겨울 한정이라 요즘 마음껏 즐기는 중이다. 외출하고 들어온 사람에게서 풍기는 특유의 찬 기운이 있는데 뭔지 알죠 그거? 바깥에서 들어온 사람은 모르는데 실내에 있던 사람만 느끼는 그거 말입니다. 바깥의 찬 기운인지 냄새인지가 코로 들어오면 확연히 다른 온도에 감각이 또렷해진다.
그리고 이건 칼바람 맞으면서 산책할 때 느끼는 건데. 찬 바람이 눈에 들어가 눈물이 맺히면, 몇 번 깜빡이다가 눈을 뜬다. 그때 시야가 화악- 맑아지는 그 감각도 좋아한다. 개안한 기분. 하늘에 구름이 없는 맑은 날이 유난히 추운 이유는 구름 이불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프지 말고, 남은 겨울을 한껏 즐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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