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솔직한 사람에게는 늘 속수무책이다.
2016년 여름, 세비야에서 말라가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기온은 섭씨 42도를 웃돌아 눈앞은 쨍하고 거리 곳곳에서 분사한 물이 오렌지 나무 위로 안개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햇살이 살을 찌를 듯 뜨거워도 그늘에 들어서면 금세 시원해지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한 사람이 바닥에 주저앉더니 울기 시작했다.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과 지나가던 사람들은 당황해서 웅성거렸다. 그야말로 엉엉 소리 내 우는 울음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성분이 그 사람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는 듯하더니 잘 달래서 택시를 태워 보냈다. 여기까지가 그날 눈앞에 일어난 일의 전부다. 그런데 그 일이 왜 그렇게 나를 흔들어 놓았을까. 시간이 이렇게나 흐른 지금까지도. 이마에 둘리어 있던 인디언..
2024.11.12